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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관리] 대리인문제를 통한 리스크관리 재고찰

꿈공장장100 2023. 6. 23. 01:19

대리인문제를 통해 생각해 본 리스크관리 과연 어느 한 산업에서 만의 현상일까요? 이런 리스크가 계속되면 이 또한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정보 산출과 이용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6월 한국보험계리사회 뉴스레터 리스크관리 위원회 특별기고란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IAK NEWSLETTER_2023.06_대리인문제를 통한 리스크관리 재고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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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리인문제를 통한 리스크관리 재고찰

 

2023년 드디어 IFRS17K-ICS가 시행되었습니다. 관련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거의 20년이 지나 제정되고 시행되다 보니 준비 과정만 한 세대가 걸린 것 같습니다. 오랜 준비 기간 동안 감독당국과 보험산업은 새로운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리 오래 준비한 IFRS17이나 K-ICS에 대해 시장은 상당한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제도 도입 초기에 나타나는 당연한 진통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감독당국과 보험산업은 오랜 기간 준비해 왔고, 보험의 본질 상 다른 산업에 비하여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장의 우려는 보험산업이 미리 예상하고 관리했어야 할 중요한 리스크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보험산업이 리스크관리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번 글에서는 대리인문제의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고자 합니다. 같은 산도 오르는 길에 따라 다른 경치를 볼 수 있듯 보험회사의 리스크관리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대리인문제

 

대리인이론(agency theory)이란 비즈니스에서 주인(principal)과 대리인(agent)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하기 위한 이론으로, 1976년 마이클 젠슨(Michael C. Jensen)과 윌리엄 멕클링(William Meckling)에 의해 발표되었습니다. [1]

대리인이론에 따르면 기업의 의사 결정을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때 주인-대리인 관계가 성립하게 되며, 주인-대리인 관계가 적절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주인이 대리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해야 하고, 대리인의 행동으로 인해 야기되는 경제적 성과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인-대리인 관계에서 경영 의사결정은 불확실한 미래 상황을 대상으로 할 뿐만 아니라, 주인이 대리인을 완벽하게 감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또한 정보의 비대칭 문제도 나타납니다. 따라서 대리인은 자기 나름대로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면서 주인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역선택의 문제, 도덕적 해이 등 대리인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대부분의 기업 경영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인과 대리인의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지 않아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하는 경우 주로 두 당사자가 추구하는 목표 또는 위험 회피 성향 등의 차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리스크 관리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경영진(대리인)은 단기적인 수익에 따른 높은 보상을 위해 당기순이익 달성을 중요시하거나 상대적으로 고위험의 사업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 성장과 수익을 바라는 주주(주인)의 생각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주주-경영인 관계뿐만 아니라 주주 간에도 발생할 수가 있어 100% 주주인 회사와 다수의 주주 등이 있는 회사의 경우에도 소유구조에 따른 대리인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 대리인문제와 리스크관리

 

저는 개인적으로 90년대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원에 복학하여 졸업 논문을 준비하면서 당시 대리인이론을 논문의 주제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책 속의 대리인이론에 대하여 동의는 되나 당시 우리나라 기업을 보면 주인과 대리인에 대한 범위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우리나라 기업에 대리인문제를 투영하는 경우 해방 이후 대기업의 역사와 경영 행태를 볼 때 대리인이론의 주인이 상법상 주주에 한정하여 볼 것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기업의 성장 배경과 성격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성장에는 유능한 주주와 경영진의 헌신도 있으나 정부나 국민 또는 소비자의 직간접적인 또는 유무형의 실질적 기여를 생각하지 않으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 주주나 경영진 (또는 주주이면서 경영인)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리인이론은 약간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주인-대리인 문제에서 설사 100% 주주라고 하여도 해당 기업의 발전에 다른 자원, 예를 들어 상법상 주주 외에 실질적으로 국가 자원이나 소비자의 자원이 마치 자본금처럼 투입되었다면 그 주주도 행동에 있어서는 대리인처럼 행동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경우 설사 100% 주주라도 미래 사업에 대한 목표 설정과 경영 및 리스크관리에 대한 태도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의 우리나라 기업은 그렇게 생각하고 접근해야 기업 경영의 모습이 더 설득력 있게 설명되었습니다.

이러한 대리인이론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보험회사도 대리인문제에 있어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라는 또 다른 중요한 실질적 주인이 있고 그에 따른 추가적인 주인-대리인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보험회사는 대부분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며, 주주의 자본금과 계약자에 의해 납부된 보험료로 형성되는 대규모 부채(IFRS17에서는 이것을 보험부채라고 하고 기존의 회계 관행에서는 책임준비금이나 계약자지분 등으로 표현함)로 자금 조달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산업과 달리 보험산업을 liability-driven industry라고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주주는 10을 투자하고 보험계약자의 보험계약과 관련된 부채가 100인 경우, 10을 투자한 100% 주주와 100이라는 일종의 타인 자금이 있는 재무구조에서 대리인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회사를 전적으로 자신의 자금 100%를 투자해서 직접 경영하는 주주와 내 돈은 10%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다른 주주 또는 부채로 기업을 운영하는 주주의 경우 자금 집행 및 경영 방식과 리스크관리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대리인이론에서 말하는 현상과 실질적으로 유사하거나 동일합니다. 이렇듯 보험산업에서는 주주와 계약자 간, 주주와 경영진 간에 대리인문제가 동시에 존재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험상품은 다른 산업에 비하여 장기상품이기 때문에 대리인문제에 의해 파생된 경영 및 리스크관리 의사결정에 따른 결과와 영향이 다른 산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되고,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그것이 발현되는 기간도 길고 그 영향이 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리인문제에 대한 관리가 더욱 복잡해지고 해결 방안을 찾기도 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보험은 장기 상품이면서 무형의 금융상품이고 서비스상품이라는 복잡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인 관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고, 다른 산업에 비하여 더욱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하고 있어 대리인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결국 보험회사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주인-대리인관계가 존재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으므로 리스크관리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대리인문제가 있는 환경에서 경영 및 리스크관리의 잘못된 의사결정은 대리인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회사 내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와 같이 리스크관리가 잘못되어 대리인문제가 악화되는지 아니면 대리인문제 때문에 리스크관리가 잘못되는지에 대하여 그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보험회사들은 현재까지 보험회사의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 공식적으로 MCEV(market consistent embedded value)를 적용한 적이 없고 TEV(traditional embedded value)만을 적용하였기에 명시적으로 대리인비용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MCEV에서는 대리인비용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이는 MCEV를 떠나 기업의 가치도 실질을 고려하는 경우 모든 조건이 동일해도 대리인문제에서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기업가치에도 분명히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리스크관리 방향 재고찰

 

이상으로 대리인문제에 대하여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보험회사의 경우에도 대리인문제가 당연히 존재하고 오히려 더욱 그 문제가 복잡한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보험회사의 특성상 대리인문제가 발생하면 그 영향이 장기에 걸쳐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IFRS17이나 K-ICS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는 이 시점에서 리스크관리는 어떠해야 할 지에 대하여 대리인문제를 염두에 두고 몇 가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여기에서는 대리인이론에서의 주인을 시장이라는 단어로 함축하여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첫째, 시장의 신뢰(trust)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보험회사는 리스크관리에 있어 보험산업 및 보험회사에서 산출하는 제반 정보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여야 하고 이를 리스크관리에서 중요한 목표로 설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 정보에 대한 공시도 단순히 Rule에 따른 공시가 아니라 시장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양식과 내용에 있어 외부에서도 이해 가능하도록 충실하게 표현되고 적시에 제공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을 회계나 계리 업무로 한정하시는 분들도 있겠으나, 저는 그러한 모든 것이 보험회사, 보험산업의 리스크를 다루는 포괄적인 ERM(enterprise risk management)의 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대리인이론에서도 대리인문제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발생하고, 대리인이 자기 나름대로의 이해관계를 가지면서 주인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기에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시장이 가지는 보험회사에 대한 우려와 의구심도 그 근간에는 이러한 정보 비대칭에 의한 대리인문제에 기반하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과의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이 절실합니다.

둘째, ‘실질(substance)’에 따른 리스크관리입니다. IFRS17이나 K-ICS가 과거 제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실질에 가까워졌다고 하여도 여전히 실질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리스크관리는 경영에 있어 IFRS17이나 K-ICS가 만일 실질과 차이가 나고 리스크관리에 부적합하다면 다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회계에 있어서도 관리회계가 재무회계나 감독회계와 달리 별도의 회계로 존재하고 있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셋째, 내부 및 외부에 대한 개방적 마음가짐(open mind)입니다. 내부에서도 관련 정보가 부서 간에도 원활하게 공유되고 논의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고, 외부적으로도 시장이든 주주이든 적절한 정보 제공과 소통이 필요할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도 회사 내부에서 당연히 공유되어야 할 정보마저도 여러 이유로 관련 부서에 적시에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넷째, 의사결정 등 리스크관리 속도(speed)에 대한 부분입니다. 의사결정을 위해 가능하면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하여야 하겠지만 그 의사결정 및 추진에 있어 속도감이 떨어지는 것 또한 리스크라고 생각됩니다.

다섯째, 리스크관리에 있어 새로운 기술 및 방법론에 대한 실제 적용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 등과 같은 변화하는 기술을 적시에 비즈니스에 적용하여 성장할 수 있는 timing을 놓친다면 그 또한 리스크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 대리인문제라는 현재 보험회사가 측정하지 않는 리스크 요인을 통하여 보험회사의 리스크관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이 생각이 또 다른 지식과 경험으로 부분적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리스크관리에 있어 현재 측정하지 못하거나 측정하지 않는 리스크라고 하여 그것이 존재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매일 듣는 금리리스크, 보험리스크만이 문제가 아니고 그것에 영향을 주는 근원적인 리스크가 있다면 그것이 제도권 내의 기준이 언급하지 않는 것이라도 감독당국이나 보험산업은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IFRS17이든 K-ICS이든 새로운 제도 자체가 그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설사 해결할 수 있다고 하여도 만일 십 년이나 이십 년 더 시간이 걸린다면 그동안에 실질에서 벗어난 경영 및 리스크관리의 결과는 사라지지 않고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부담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기 시정을 위한 시간(timing)과 속도(speed)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 내부의 전문가, 회계법인, 계리법인 등이 새 제도에 맞는 더 전문적인 지식, 방법, 매뉴얼, 시스템 등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전문가로서의 독립성, 윤리 및 용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시장과 회사가 그러한 윤리와 용기가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평가 및 보상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됩니다.



[1] Jensen, Michael C. and Meckling, William H. (1976). Theory of the firm: Managerial behavior, agency costs and ownership structure.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3(4), 305–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