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로 가는 길: 기술과 법적 과제, 두 축을 함께 잡아라

 

[박규서의 AI 산책(Walk with AI)] (1)

2025.1.1

박규서 (한국외대/건국대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공인회계사, 보험계리사)

 

데이터와 AI 기업의 가치: AI 시대를 이끌 새로운 패러다임

인공지능(AI)은 산업 전반을 혁신하고 전례 없는 경제적 잠재력을 열어주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AI 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는 배경에는 단연 ‘데이터’가 있습니다. 데이터는 모델을 학습하고 통찰을 도출하며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필수 재료로, “AI 시대의 원유”라는 비유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그러나 AI 생태계가 성숙해짐에 따라 데이터 소유권, 지적 재산권, 그리고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가치에 관한 복잡한 법적·윤리적 이슈도 함께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가 AI 기업의 경쟁력과 투자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지적 재산권과 법적 불확실성이 야기하는 도전과 기회를 함께 탐구합니다. 나아가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기업과 투자자들이 취해야 할 전략적 과제 또한 생각해 봅니다.

 

AI 시대의 데이터 가치

AI 기반 경제에서 데이터는 원유와 같지만, 그 활용도에 따라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지니는 자원입니다. 고품질·다양성·풍부함을 갖춘 데이터세트는 AI 시스템의 ‘생명줄’로서, 알고리즘이 학습하고 적응하며 혁신을 이루는 원동력이 됩니다. 의료 기록, 금융 데이터, 지리 정보부터 창작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데이터 소스는 그 자체로 막대한 경제적·전략적 중요성을 띱니다.

한편, 독특하고 획득하기 어려운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은 단순한 경쟁 우위를 넘어 필수 생존 요소로 작용합니다. 독점적이고 희소한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은 더 뛰어난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업계 파트너십과 라이선스 협상에서 막강한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데이터 확보 능력은 AI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자, 기업·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데이터 소유권의 법적 딜레마

데이터 소유권과 사용에 관한 법률·규제 환경은 아직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뉴욕 타임스나 게티이미지 등 저작권을 보유한 기업들이 AI 모델 훈련 과정에서 자신의 콘텐츠가 무단 사용되었다며 제기한 소송은, AI 기업이 저작권자에게 어느 정도 보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법원이 권리 보유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면, AI 기업들이 훈련 데이터를 라이선스 화하는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는 업계의 비용 구조와 이익 마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투자자들에게도 이는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희소가치가 큰 독점적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들은 자산 가치가 크게 상승할 수 있지만,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공유 데이터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법적 비용과 규제 장벽에 직면해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AI 시대의 지적 재산권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해 누구에게, 어떻게 권리를 부여할 것인가 역시 뜨거운 논쟁거리입니다. 예를 들어 AI가 쓴 소설이나 시, 음악 등에 저작권을 인정해야 할까요? AI 모델이 발견한 과학적 성과나 발명을 특허로 보호할 수 있을까요? 현재 법적 체계는 인간 창작성을 지적 재산권 인정의 전제 조건으로 봅니다. 이 때문에 AI가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 법적 보호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AI 산업에서의 혁신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AI가 주도한 창작물에 대한 명확한 법적 보호가 없는 상황은 기업의 장기적 투자 의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법적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상당한 R&D 예산이 투입되는 AI 프로젝트의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체의 발전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기업과 투자자를 위한 전략적 과제

급격한 기술 발전과 함께 법적·윤리적 기준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기업과 투자자는 미래 지향적이고 유연한 접근 방식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기회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점 데이터 확보

파트너십, 인수합병, 자체 개발 등을 통해 독점적이고 희소성이 높은 데이터 세트를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데이터 자산(독점성·품질·확장성 등)을 핵심 평가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법·제도 정비 과정 참여

데이터 사용 및 AI 생성물에 대한 지적 재산권 관련 제도 수립에 업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보다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AI 산업의 장기적 생존과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위험 분산

법적·윤리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거나, 논란이 적은 데이터 및 IP 분야를 함께 모색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투명성과 윤리성 강화

공공 및 규제 당국의 신뢰를 얻으려면, 윤리적인 데이터 취급과 투명한 운영이 필수입니다. 이를 통해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와 평판 리스크를 모두 관리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길

AI 산업이 한층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데이터 소유권과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한 지적 재산권 문제는 결코 부수적인 이슈가 아닙니다. 오히려 AI 경제의 핵심을 관통하는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업과 투자자들은 법적·윤리적 기준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맞춰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혁신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AI 시대가 가져올 새로운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열어 갈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 출현할 때마다 변화를 민첩하게 포착하고 제도적 한계를 창조적으로 극복한 이들이 시장을 선도해 왔습니다. 오늘날의 AI 시대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데이터의 힘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지적 재산권과 윤리적 쟁점을 균형감 있게 관리하는 이들이야말로 이 변혁의 시대를 주도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AI가 더욱 발전하는 환경에서는 AI 기업이 단순히 기술 우위만 갖고는 부족합니다. 법적·윤리적 우위를 함께 확보해야 비로소 실질적인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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