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서의 보험회계 탐방]

[박규서의 보험회계 탐방-5] 보험회계, 왜 어렵나?

꿈공장장100 2025. 1. 12. 11:09

'분할 정복'으로 해결

 

2025.1.12

 

보험회계는 다른 회계보다 어렵다고 한다. 과거에도 보험회사의 재무제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받았는데,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

 

이 주장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본질을 살펴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보험회계가 어렵다는 인식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사회적 반응일 것이다.

 

1. 보험회계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

 

(1) 회계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 

회계를 딱딱하고 어려운 주제로 인식하면 보험회계도 당연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일반 기업의 회계보다 어렵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2) 보험상품의 복잡성

보험회계는 단기적으로 단순한 상품도 다루지만, 일반적으로 중장기적으로 불확실한 미래 사건에 따라 수익과 비용이 변화하는 보험 보장 및 금융 서비스가 결합된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복잡하다. 

예를 들어, 상품을 사고파는 단순한 사업의 경우, 매출과 매입을 통해 손익을 계산하고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은 20년, 30년, 또는 평생 보장하는 '무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예상과 달리 발생하는 사건이나 금리 변동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수입과 비용이 변한다. 이에 따라 손익을 계산하고 미래 서비스에 필요한 부채를 측정하는 것은 당연히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보험회계는 다루는 대상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생긴다.

 

(3) 보험계약 기준서(IFRS17)의 포괄성

보험계약 기준서인 IFRS17은 특정 계정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보험 비즈니스 전체를 포괄하는 기준서이다. 보험계약 성립, 부채(자산) 인식, 자산 운용, 투자수익, 이자비용, 이익 및 손실 인식 등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기준서 안에서 설명한다. 

이 기준서는 보험산업이 ‘부채 주도산업(liability-driven industry)’이라는 특성을 반영한다. 보험계약이 체결되면 보험료가 납입되고, 이로 인해 부채가 인식되며 자산 운용과 투자 수익이 발생하고 계약자에 대한 이자비용을 인식한다. 또한 보험계약 조항, 사망률 및 생존율 등의 확률을 기반으로 각종 손익을 인식한다. 이처럼 복합적인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IFRS17은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진다.

 

이 외에도 실무적 관점에서 보험회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여러 요인이 있으나 이 글에서는 앞서 제시한 세 가지 이유에 초점을 맞춘다.

 

2. 어려움에 대한 분석

 

첫 번째 이유는 모든 회계가 일반인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특성에 기인하므로 보험회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 정보에 대하여 분석을 원하는 경우 회계를 비즈니스의 언어로 이해하고 이를 일반교양처럼 학습하면 해결될 문제이다.

 

따라서 보험회계의 주된 어려움은 두 번째 이유인 보험상품의 ‘장기성’, ‘무형성’, ‘보장’ 및 ‘금융’ 서비스의 복합적 특성과, 세 번째 이유인 보험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포괄적인 회계 기준서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어려움은 보험상품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복잡한 상품이 등장하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회계 기준이 그에 따라 적용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즉, 보험상품 자체의 복잡성에 따른 어려움은 회계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본질 대상이 어렵기 때문에 파생된 어려움이다.  정상적인 비즈니스 관점에서 복잡한 거래 구조와 금융서비스가 등장하는 것은 사회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이로 인한 정보 이해의 어려움은 상품 자체의 복잡성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이는 해당 상품의 구조를 세밀히 분석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이고 회계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세 번째 어려움은 IFRS17과 같은 보험회계기준서가 위에서 말했듯이 다양하고 복잡한 내용을 하나의 기준서에 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복잡할 수는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IFRS17이 독특한 해결책이나 별도의 회계원칙을 강요했다면 더 복잡했겠지만, 실제로 IFRS17 내의 측정 모형과 회계처리 논리는 일반 회계원칙이나 다른 기준서와 대부분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보험 관련 용어 사용, 실무적 특성, 제정 과정에서 인정된 일부 예외사항 정도이다. 설령 예외가 있다 하더라도, 제정 또는 개정 과정에서 그 이유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사회적 합의를 거치게 된다.

 

결국, 보험회계의 어려움은 보험상품 자체의 다양한 요소에 기인한 복잡성과 보험회계 기준서 내에 포함된 여러 회계원칙의 포괄성에 따른 어려움이다.  이로 인하여 회계나 계리 전문가들도 보험회계를 어려워하는 것이다.

 

3. 어려움의 해결 방법 - Divide and Conquer!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 방법에 대한 용어는 모를지 몰라도 우리는 학문뿐만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와 실생활에서도 이 방법을 자주 활용하고 있다.

 

이 방법은 "분할 정복(divide and conquer)" 또는 "문제 분해(problem decomposition)"라고 한다. 이는 복잡한 문제를 작고 관리 가능한 하위 문제로 나누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전체 문제를 풀어가는 접근법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제품 출시를 준비할 때 마케팅, 제품 개발, 공급망 관리 등의 분야로 나누어 각각의 세부 작업으로 분리한다. 마케팅은 광고 캠페인, 고객 분석, 시장 조사로 나누고, 각 하위 작업을 전담 팀이 해결한 후 이를 통합한다. 이렇게 문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면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각 영역의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보험회계와 관련된 상기의 어려움도 그것이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보험상품의 복잡성이든 여러 요소가 내재된 회계처리이든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이를 구성하는 하위 문제로 분리해 하나씩 해결하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FRS17 기준서에 포함된 ‘적용 사례 문제’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복잡한 문제를 하나로 통합하여 제시하면 기준서를 보는 전문가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핵심 요소별로 사례를 따로 구분하여 만들어 이해하기 쉽게 제시하고 있다. 

 

4. 마치며

 

보험회계는 보험상품의 복잡성과 비즈니스 전 과정을 기준서에 담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분할 정복" 접근법을 활용하면 문제를 단순화하고, 이를 재구성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보험회계의 복잡성이 보험산업과 시장 간 정보 불균형을 초래한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보험산업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그리고 과거보다 더 높아진 정보이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이제는 보험회계가 복잡하다는 이유만으로 정보이용자가 공시 정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여기는 관점을 재고해야 한다.

 

아무리 복잡한 정보라도, 관련 지식을 갖춘 외부 정보이용자가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히 보험회계의 복잡성 탓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보험회사 등 정보 제공 주체가 정보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규서 (한국외대/건국대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공인회계사, 보험계리사)